돌아가는삼각지

거창 북상학교 마을 도서관

얼빵한 푼수 2007. 9. 23. 09:53


[고향 학교에 마을도서관을]경남 거창 북상학교 마을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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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장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정무순 할머니가 상장과 평소 글 쓰는 연습을 하는 공책을 들고 있다. 거창=유성운 기자
《‘7월 3일 화요일 흐림

오늘 오전에 영감 대리고 거창 병원에 가서 파리 아파서 주사 막고 약지고는 치과 가서 이 하나 뽁고 왔다. 오후에는 참깨밭태 약치고 콩순치고 순치대 지슴이 만나서 그그좀 내니라 고정 대해가 골까지고 저녁때가 대다.’(콩순을 치는데 잡초가 많아 쳐내느라 오후 해가 지고 저녁때가 되었다.)

정무순(69) 할머니는 틈틈이 일기를 씁니다. 이렇게 글을 쓸 기회를 만들지 않으면 “머릿 속에 들어간 한글이 도망갈까 겁이 나서”랍니다.》

할머니의 아버지는 마을 훈장 선생님을 했지만 딸에게는 글을 가르쳐 주시지 않았습니다. 가난한 살림 때문에 학교 다닐 형편은 안 되었고요. 광복이 되고 열 살이 넘어 뒤늦게 국민학교에 갔습니다. 할머니는 글을 몰라 공책을 온통 ×자로만 메우다가 사흘째부턴 학교를 그만두었습니다.

정 할머니가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2006년 3월. 면사무소에 한글 공부방이 생기면서부터입니다. 곧장 공부방에 등록을 했습니다. 세금고지서도 읽고 우편물이 오면 받는 사람 난에 이름도 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원래 할아버지가 도맡아 하던 일이지만 7년 전 오토바이 사고로 뇌수술을 한 후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해지셨습니다. 할머니가 사는 집에 찾아갔을 때도 저를 맞아 주신 할아버지의 말씀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할머니가 한글을 배운 또 다른 이유는 “버스를 잘 타기 위해서”랍니다. 그동안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셨답니다.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부탁하거나 지나가는 버스를 일일이 세워 운전사에게 물어 보고 탔다고 합니다.

한번은 읍내에서 집에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다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타기에 따라 탔습니다. 30여 분이 지나서야 그 버스가 집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할머니는 2시간마다 한 대씩 오는 버스를 다시 기다려야 했습니다. 집에 홀로 계신 할아버지 생각에 무척 애가 탔던 기억입니다.

‘ㄱ, ㄴ, ㄷ’으로 시작한 할머니의 한글 공부는 이제 간단한 편지나 일기를 쓸 실력으로 부쩍 향상됐습니다. 농사일로 피곤한 데다 늦게 글까지 배우는 게 힘드시지 않느냐고 여쭤보자 “부끄럽다 생각하면 멀 배우는기고. 안 하믄 지 손해지”라고 답하십니다.

할머니의 소원은 재미없는 한글 교재 말고 글자도 큼직큼직하고 재미있는 책을 읽어 보시는 겁니다. 그래서 21일 ‘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경남 거창 북상학교 마을도서관이 개관된다는 소식에 마음이 무척 설렜다고 합니다.

‘개관 기념 북상면 백일장’에서 특별상을 수상하게 된 것도 그 이유였지만 무엇보다 할머니를 들뜨게 만든 것은 2500권의 책입니다. 어떤 책을 골라 볼지 벌써부터 기대가 큽니다. 농사일이 마무리되는 대로 ‘춘향전’이나 ‘심청전’같이 예전에 시어머니한테 귀동냥으로만 들어 본 이야기를 먼저 빌려 볼 계획입니다.

“늙은이 주소는 와요?”

제가 주소를 여쭤보자 퉁명스럽게 되물으십니다. 할머니는 무언가 여쭤보면 무뚝뚝하게 “아들(아이들) 거나 물어보지, 뭐에 쓴다고 늙은이 거를…” 하시면서도 조곤조곤 다 얘기해 주십니다. “할머니 읽기 좋으신 책 좀 보내 드리려고요”하니 얼굴이 금세 환해지십니다. 글쓰기 연습도 하실 겸 적어 달라고 부탁하자 공책을 펴시고 진지하게 적으십니다.

‘경남 거창군 북상면 병곡니 시항 554번지.’

“거기가 554번지 맞나?” 갑자기 옆에 있던 할머니 친구가 한마디 던지자 할머니는 자신 있게 답하십니다. “‘5’자가 두 개고 ‘4’자가 한 개니까 맞을끼다.” “맞네. 554번지가 맞겠다.”

 

▼89세 어머니께…▼

《다음은 할머니가 얼마 전 89세 노모에게 쓰신 편지입니다. 부끄럽다고 사양하셨지만 “정말 잘 쓰신 글”이라고 치켜세워 드리자 못 이기는 척 슬쩍 내미셨습니다. 백일장 특별상 수상작이기도 합니다.》

내 어머니

어머니께 편지 한 자 써 봅니다.

막상 쓰려고 연필을 들고 보니 무슨 말이 생각이 안 나네요. 나이는 89새입니다. 구남매을 키우셨지요. 아버지는 큰딸 하나 결혼시켸놓고 막내딸 태어나지도 안해서 아버지 돌아가셨지요. 어머니 혼자서 구남매 키우기가 쉬운 것이 안이지요. 넘몰래 눈물 헐리고 한수 시어시고 대가대면 주기라도 끄리시면(남몰래 눈물 흘리고 한숨쉬시고 때가 되면 죽이라도 끓이시면) 자식들 먹라고 당신 배는 치마끄는로 홀치시고 배가 곱파 눈물나고 생각하면 한숨나고 자식들을 바라보면 나도 원재 부자 대어 저 자식들 배불이 밥 한번 머길까. 쌀채독 바다기 끌킬때가 마케지요. 싱야이나 능늑해서며(식량이나 넉넉했으면) 고생이 덜해지요. 어머니 허리가 접치며 치마끈을 졸라매고 애들 보는대 안 울라고 돌아안자 우을지요. 재가 나이 드니까 어머니 고생하신게 생가기 납니다.

어머니 재송합니다. 큰딸 노로 모해서요. 이재 걱정 마새요. 이재는 막내딸도 예쁘게 잘 커서요. 구남매가 다 어머니 아들딸 다 겅강하니까요. 아버지한테 가실때까지 겅강하새요. 아버지 저타(곁에) 가시면 평생 모타이야기 마이 하새요. 이 편지가 저엄이자 마지막입니다.

큰딸 올림 2007년 정무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