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는삼각지

뇌질환 9세소녀 자궁 유두 제거시킨 미 부모

얼빵한 푼수 2007. 5. 10. 09:15

뇌질환 9세소녀 자궁·유두 제거시킨 미 부모

 
정신의 성장이 멈춘 아이라고 육체적 성장마저 막아도 되는 것일까, 아이의 ‘덜 불행한’ 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까.
미국 워싱턴주의 시애틀에 사는 9세 소녀 애쉴리(Ashley)는 ‘정적(靜的) 뇌질환(static encephalopathy)’이라는 심각한 뇌손상을 입고 태어났다. 현재 키 137㎝, 몸무게 34㎏인 이 소녀의 정신연령은 생후 3개월. 걷지도 못한다. 부모는 아이에게 ‘필로 에인절(pillow angel·베개 천사)’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부모가 아이를 어디에 내려놓든지, 애쉴리는 그 자리에 누워 일어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2004년 7월 시애틀 아동병원의 의료진은 부모의 뜻에 따라 당시 6세였던 애쉴리의 자궁과 젖꼭지를 제거했다. 성장 억제 호르몬도 투여했다.
애쉴리의 부모는 딸이 사춘기를 겪고 성장하는 것보다는 소녀로서 ‘성장이 멈춘’ 상태로 놔 두는 것이 딸의 삶을 위해서 더 낫다고 주장한다. 아이를 평생 돌봐야 하는 부모로서는 “작고 가벼운 아이의 몸으로 남아 있는 것이 딸을 산책시키고 목욕시키는 데도 편하고, 아이의 원치 않은 임신 가능성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부모는 생후 3개월의 정신연령에 성인으로 자란 애쉴리를 따로 돌볼 보모를 둘 경제적 여유도 없다고 CNN 방송에 말했다.

부모의 이 조치에 대해 비판하는 측은 “양육의 편의를 위해 아이를 불구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마이애미대학의 제프리 브로스코(Brosco) 박사는 BBC 방송 인터뷰에서 “사회가 돌봐야 하는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했다”고 비판했고, 영국의 의료윤리학자 라난 길론(Gillon)은 “어떻게 이런 식으로 아이를 불구로 만들 수 있느냐.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애쉴리를 ‘얼어붙은 소녀(frozen girl)’로 수술한 의사 중 한 명인 조지 드보르스키(Dvorsky)는 “애쉴리는 어떠한 인지 능력도 없으며, 끔찍한 것은 오히려 아기의 정신을 가진 채 몸이 다 자란 가임(可妊) 여성으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된 논란 속에, 워싱턴 주 정부로부터 이 사건에 대한 조사 권한을 위임받은 장애인 권익 옹호단체 ‘워싱턴 보호·지원 시스템(WPAS)’은 8일 병원이 법원의 허가 없이 애쉴리의 자궁적출 수술을 실시했다는 보고서를 냈다.

병원측도 보고서 내용을 인정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워싱턴 주법(州法)은 법원의 허가 없는 불임 수술을 금지한다.

[김선일 기자 withyou@chosun.com]